(이번엔 진짜 투어라고 하기 애매하지만 이미 한 번 타이틀을 투어라고 썼으니까 . . )
작년 11월에 피시님 재현이 영상회 보고 나서 차피님 덕복님이랑 칠월님의 '삐에로의 히어로' 글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전에 칠월님께서 마퍼발이랑 삐히 참고했던 곳들 올려주신 걸 저장해놨었고 우리도 아래 이미지를 보고 가기로 했음!
룸술집은 지금은 없어졌음. 가기 전에 혹시 몰라 미리 체크하고 전화로 영업하는지 확인하려고 보는데 아무리 봐도 룸술집이 없어서 보니까 없어진지 몇 년 된 것 같았음. 당초 계획은 낙지마을에서 간단한 식사 → 카페&한예종 산책 → 저녁 겸 닭한마리 → 룸술집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룸술집이 없어져서 닭한마리는 포기하고 삼성역으로 넘어가서 외전에 나온 해장국 집을 가기로 했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의 배경은 용산 이태원 이쪽이어서 뭔가 겸사겸사 놀 거리가 있는 반면 '삐에로의 히어로' 배경이 된 한예종 근처는 크게 뭐가 있는 건 아니긴하다. 그치만 덕분에 오전에 다른 일정 갔다가 넘어가서 가볍게 돌아다니고 작품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푹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웠던 것 같다.
도영이 데려간 돌곶이역 근처의 낙지요리 전문점
샐러드바에 있는 무한리필 샐러드를 왕창 떠먹고도 매워하던 정재현 생각남ㅋㅋㅋ 셋 다 매운 걸 잘 먹는 편이 아니어서 고민했지만 너무 맛있어 보여서 결국 우리도 낙지볶음을 먹었음. 반년..이 훌쩍 지나서 잘 기억은 안나는데 맛있었던 기억임. 사진에도 보이지만 낙지가 엄청 통통하고ㅋㅋㅋㅋ 근데 첨엔 괜찮았는데 뒤로 갈수록 매웠던 기억이 있다.. 정재현 귀여워 (갑자기요) 아니 더위먹은 강아지처럼 헥헥대면서 혀 내놓고 매워하는 정재현 상상해봐요
석영빌라와 같은 골목에 있는, 도영이 일하는 카페
석관파출소가 있는 화랑로 골목의 카페 두 군데는 찾기 어렵지 않다. 파출소 바로 앞 쪽, 대학 근처에 하나씩은 있을 법한 작은 카페가 나란히 있음. 나랑 덕복님은 Amy's coffee / 차피님은 W bean으로 나눠서 갔었다. 삐에로의 히어로라는 제목이 진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처음 정재현을 구해준 장면이었으니까. 연영과 선배들한테서. 밤이라 카페인은 안 좋을 것 같다고 아이스 초코를 준 김도영. 나라도 반하지..
우연이겠지만 카페에 있는 쿠폰 중 하나가 이니셜이 도영이랑 똑같은 게 신기해서 찍었다. 별 게 다 신기하다 싶겠지만 김도영이 일하는 곳으로 나오는 카페에 김도영이 있잖아요 (아님)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 19학번 정재현, 미술이론과 18학번 김도영
아이스초코 한 잔씩 들고 한예종으로 향했다. 21년 11월에 갔는데 조금 완화되긴 했지만 이때도 코로나가 극성이라 거리두기 있고 그러던 시기라 곳곳에 코로나 관련 문구가 붙어있고 그랬다. 이때가 오후 6시쯤이었는데 늦은 가을이라 그런지 완전 캄캄했다. 그래도 산책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날씨였음. 지방 사는데다 대학을 졸업한지 오래인 내가 살면서 자주 오는 동네도 아닌데 이 한예종을 올 일이 뭐가 있겠음. 당연히 난생 처음 와봤는데 학교 되게 크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차피님 덕복님이랑 큰 도로를 걸어 올라가면서 망상의 끝을 달렸던 것 같다ㅋㅋㅋ 대체로 뭐 여기 다니는 애들은 돈 많겠지 이런 소리?
코로나로 학교를 안 나오던 시기였는지 그냥 주말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는 텅 빈 느낌이었다. 군데군데 불 켜진 곳도 있었지만.마퍼발 때도 그렇고 삐히 때도 그렇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영화에서 보면 나는 서있는데 주인공들이 뛰어가는 장면 이런 걸 교차해서 보여주는 그런 연출들이 있는데 내 눈에 꼭 그런 장면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냥 서서 보고 있는데 글 속의 재현이랑 도영이가 살아서 돌아다니는 그런 느낌? 여기서 수업이 끝나면 알바하러 갔겠지, 이런 입구에서 정재현이 김도영한테 연극원 갔다 온다고 달랬겠지.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뭔가 내 눈에만 보이는 영상처럼 재생되는 기분이다. 알페스 2차 소설 엄청 감명깊게 본 작품들은 많지만 이렇게 배경이 되는 동네나 장소들을 찾아서 글을 다시 상상하고 그랬던 건 재도, 마퍼발이 처음이었는데 그게 굉장히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삐에로의 히어로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삐에로의 히어로를 봄버자켓 입고 갈색머리 퐁실퐁실한 대형견 같던 재현이를, 도영이는 은테 안경 쓰고 이마 살짝 보이는 검은 머리의 약간 예민해보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봤는데 눈 앞에 나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스쳐가는 것 같은 기분은 몇 번 겪을 때마다 신기하다. 내가 그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구경하는 느낌ㅋㅋㅋㅋ 네 저 극강의 N 맞아요..ㅎ
기억이 살짝 흐릿한데 여기서는 차피님 덕복님 나 약간 따로따로 각자 사진을 찍고 약간 떨어져서 잠시나마 각자의 시간을 가진 뒤ㅋㅋㅋ 모였던 걸로 기억난다. 왜 이렇게 기억을 하냐면 소설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냥 여기를 누비는 정재현과 김도영을 상상하니까 나는 자꾸 좋아서ㅋㅋㅋ 혼자 아주 흡족하게 웃고 다녔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거든.
나는 게으르고..ㅋㅋㅋ 짐도 많다는 핑계로 책은 따로 안 챙겨갔는데 차피님이 책을 챙겨오셨다. 이 사진도 차피님이 보내주신 인증샷! 마퍼발 때는 벤츠님이랑 갔는데 삐히 때는 차피님이랑 갔다. 인프피 친구들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ㅎㅋㅋㅋㅋ
마퍼발 때 걸어서 35분 걸리는 거리를 데이트 코스로 이용했던 재현이 도영이 보고 (나와 벤츠님은 당연히 택시 탔음) 진짜 얘네 사랑에 미쳤다 생각했는데 삐히의 재도들도 만만찮음.. 정재현 있는 연극원(4번) 위치 좀 보라고.. 도영이 있는 미술원(7번)이랑 떨어진 거리 좀 보라고!!! 학교가 작으면 말도 안 해 존나 큰데 그 바쁜 와중에 저길 왔다갔다 한 거냐고 하.. 아무리 수업 때문이라고 해도 그렇지 진짜 사랑에 미쳤다(결론)
저 거리가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라는 건 글에서도 나온다ㅋㅋㅋ '미술원에서 연극원으로 이어지는 경사를 오를 때면 땀이 났다'ㅋㅋㅋㅋ 그래.. 가보니까 땀 나게 생겼더라고.. 그래도 다행인건(?) 도영이가 일하는 카페가 연극원 쪽 쪽문으로 나가면 있는 곳이라는 거다. 그래서 정재현이 김도영 만나러 갈 때 연극원에서 카페까지 전력질주 했다는 장면도 나옴. 귀엽다ㅎㅎ 삐히의 정재현은 진짜 귀여움.
여기 지나는데 뭔가 미대와 관련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대 로망(미대생 분들 죄송합니다) 같은 게 좀 충족됐다ㅋㅋㅋㅋ 옆에서 미대와 관련 있는 덕복님은 질색하는 느낌이었지만ㅋㅋㅋㅋㅋ
글에서 도영이가 음산한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공감갔다.. 셋이 있길 망정이지 나 혼자였으면 삐히 상상은 둘째치고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호러영화 상상 다 했을 듯.. 낮에 보면 분위기가 다르려나?
이거 아마 미술원 쪽에 있었던 거 같은데 이거 진짜 이상하지 않음? 차피님 덕복님이랑 같이 아 분위기 으스스하다 하고 보다가 저게 뭐야.. 싶었음ㅋㅋㅋㅋㅋ
아 왕릉 사진을 안 찍었네.. 학교에 뭔가 정체불명(?)의 커다란 조형물? 조각상? 그런 게 있었다. 속으로 둔갑한 우주선 같다 이런 생각해서 기억이 남. 위의 사진은 학교 안에 있던 작은 연못인데 저거 새 뭐야 두루미? 그리고 저 사진 끄트머리에 고양이 있는 거 봐. 진짜 무슨 그림이나 동화에 나올 법한 광경 아니냐고. 나랑 차피님 덕복님 셋이 신기하게 저거 보라면서 구경하는데 옆에 다른 중년 여성분도 (모르는 분임) 구경하고 계셨다. 새랑 고양이랑 연못이랑 뒤에 보이는 정자가 근데 꽤 나름 운치있고 동양적인 느낌 아닌가?
학교 다 돌고 나니까 한시간 약간 안 걸렸던 것 같다. 욕심 같아선 연극원 미술원 내부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외부인이 내부까지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때는 코로나라 더더욱. 당시에는 다시 갈 일 없겠지 싶었는데 이거 쓰고 있는 지금은 낮에 학생들 있을 때 한 번 가보고 싶다.
도영이가 사는 석영빌라에서 1분만 걸어나가면 있는 돌곶이역. 덕복님은 집으로 가신다고 해서 우리는 여기서 헤어졌다.
맛집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삼성역 근처의 해장국집
우리의 마지막 코스. 여기는 외전에 나오는 곳인데 외전에 나오는 곳이 마지막 코스인 것도 완벽하지 않았나 혼자 만족스러워 했다ㅋㅋㅋ 글에서도 유명하다고 나오는데 실제로도 유명해서 웨이팅이 좀 있었으나 생각보다 금방금방 빠졌다. 완전 소식하는 차피님을 끌고 둘이 먹기 많아 보이는 곱창전골을 꼭 먹은 나도 지독하다고 생각.. 그치만 볶음밥은 못 먹었어요.. 나도 거기까지 먹을 수는 없었거든.. 재현이랑 도영이는 예약한 룸에서 먹었지만 우리는 글에서도 말했듯 만석이었던 홀의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근데 곱창전골이 진짜 맛있는데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을 지경이어서 깔끔하게 청하 한 병 마시고 헤어졌다.
글에서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걸 우리는 몇 시간 만에 빠르게 가로질러 갔는데 그게 또 색다른 기분이었다. 마퍼발 때는 시간이 길게 지난 게 아니고 데이트 코스의 몇 군데를 갔다면 삐히 때는 본편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 외전에서 나온 곳을 골라 간 덕분에 몇 년을 단숨에 건너뛴 느낌이니까. 한예종을 누비고 앞의 조용하고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재현이와 도영이를 상상하다가 삼성역 근처의 해장국집으로 넘어가니까 배경까지 확 바뀐 덕에 더 실감이 났다고 해야하나. 그냥 놓고 봐도 배경부터가 한예종 대학가 근처랑 주말 저녁의 삼성역 해장국집은 주로 찾는 연령층부터가 약간 다르지 않나. 글 속에서 성장한 게 현실로 와닿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삐에로의 히어로 보면서 혼자 눈물 쫌 촉촉히 냈던 기억이 있는데 이거 후기 쓰면서 다시 읽어도 뭔가 좀 울컥하게 하는 게 있다.. 슬프거나 뭐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뭔가 안심되는 그런 게 있음. 나는 진짜.. 칠월님 글의 재도와 칠월님의 글이 너무 좋다.. 나와 동시대에.. 물론 본체인 애들이 진짜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긴 한데 그거랑 별개로 서울 어디선가 이 글 속의 재현이 도영이가 진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연예인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재현이와 도영이. 오롯이 정재현과 김도영 둘만의 이야기인 것도, 결국은 어떻게든 둘이 행복해진다는 점도, 그 행복이 완성되는데 서로가 존재한다는 점도 너무 좋음.
오랜만에 또 행복했다 。◠‿◠。 다음은 당버타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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