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어느 날 갑자기 집에 가다가 AI 쟤현을 주워버린 됴영 보규 싶다. 쟤현 그냥 사이보그 아니고 약간 사람들의 애정을 달래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런 로봇. 러브토이 이런 거 말고 그냥 사회가 너무 삭막해지고 사람 상대로 벌어지는 사고들도 너무 많고 하다보니까 유흥일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AI들이 채우게 됨. ㅅㅅ 같은 행위도 간혹 일어나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술 마시고 다정한 말들에 기대려고 업소를 찾는 거. 쟤현도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져서 유독 다정한 어투라든지 사람들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외모들을 갖추고 만들어졌는데 로봇이다 보니 누굴 사랑하고 그런 건 당연히 못함. 사람 형태를 한 사이보그가 넘쳐나다보니까 이게 좀 사회 문제기도 함. 사이보그 상대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 원망해서 홧김에 다 때려부숴도 결국은 비싼 로봇만 망가지고 사리분별력 떨어지는 상태가 되어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로봇)을 죽였다고 그런 생각들 하면서 자살하고 뭐 그런 비극적인 상황이 자주 벌어짐. 물론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로봇 물고빨다가 진짜 사람이랑 사랑에 빠지면서 애지중지 하던 로봇 싸게 내다 놓거나 폐기할 돈 아까우면 몰래 불법 투기 하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쟤현이 태풍 오는 밤중 버려진 건 후자. 쟤현 사다 쓰던 업소 사장은 가게 에이스같은 쟤현을 애지중지 했는데 그러다 혼자 사랑에 빠져서 북치고 장구치다 진ㅉㅏ 사람이랑 사랑에 빠지면서 업소 정리 하게 된 거. 폐기신고 하려면 돈 내고 어쩌고 해야하는데 아까우니까 하나씩 몰래 내다버리고 너무 유명해서 누가 알아챌까봐 유독 벼락치고 비바람 부는 태풍 궂은 날 애인이랑 둘이 마지막 정리하듯 주택가 전봇대 밑에 배터리 충전도 안 된 쟤현 내다 버리고 튄 거.
됴영이 그렇게 버려진 쟤현을 발견한 건 태풍 오는 날 술 마셔야 한다고 요란하게 불러대던 친구들 때문에 술 실컷 마시고 취해서 집에 돌아오던 길. 안 그런 척 겁도 많아서 천둥번개 장난 없는 거에 우산 플라스틱 손잡이 부분만 쥐고 달달 떨면서 집에 가는데 세상 대낮만큼 환하게 벼락치는 거에 전봇대 아래 주저앉듯 버려진 쟤현 발견하고 벼락에 한 번 쟤현에 두 번 놀래 기절할 뻔한 됴영. 너무 놀래서 민망해가지고 딸꾹질 하면서 괜히 쟤현 보고 이러케 비오는 날 여기서 주무심 어캐여!! 하고 바락바락 썽 내는데 반응없는 (당연히) 쟤현 보고 아주 단단히 잡수셧네 으휴 하면서 그냥 취객인 줄 알고 힘겹게 낑낑 대면서 일단 지 집에 데려가는 됴영. 집에 가서 정신 좀 차려보라고 깨우다가 자기도 너무 지쳐서 현관에 신발도 못 벗고 쟤현 눕히고 지도 그 옆에 널브러져서 기절잠들어버린 됴영... 그러다 맛있는 냄새에 깨서 머리 까치집 짓고 퉁퉁 부어서 나가는데 첨보는 존ㄴ나ㅏㅏㅏㅏ개ㅐㅐ 잘 생긴 남자가 일어났어요, 하면서 앞치마 두르고 됴영 반기는 거에 당황한 됴영. 누,누구세요 하는데 쟤현 웃으면서 일단 속 쓰릴텐데 밥부터 드세요. 하고 대답함.
숙취있긴 해서 앉아서 감사함다 하고 밥 뜨면서 기억 찬찬히 되짚다가 기억 날듯 아..! 하고. 어제! 사람이 길에서 그렇게 자면 어케요 대체 술을 얼마나 드신 거에요! 얼른 해장 하세요! 하면서 쟤현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 내주며 생색내는데 쟤현 빙긋빙긋 웃으면서 전 음식 안 먹어도 돼요. 대답하니까 됴영 괜찮다고 사양 말라면서 국 한 그릇 떠주려고 일어나는데 쟤현 웃으면서 “전 안 먹어도 진짜 괜찮아요. 음식물 너무 많이 접하면 빨리 고장나기도 하고요.” 그 말에 뭔가 이상해서 고장이 나요..? 하고 물어보는데 쟤현 산뜻한 얼굴로 “네, 전 로봇이니까요.” 하는 거. 첨엔 저 사람 술 덜 깼나 싶다가 앉아서 얼빠진 표정으로 얘기 하면서 진짜 찐이라는 거 알아채는 됴영. 로봇이 맞고 사장이 아마 폐기할 돈 아까워서 그냥 내다버린 걸꺼고 그걸 됴영이 주워왔고 공교롭게 벼락 맞아서 배터리 고장난 바람에 충전 안 시켜줘도 알아서 완충 상태라고. 깨자마자 배터리 나가있던 상태에 자동으로 블박처럼 녹화된 거 체크해보고 됴영이 주워왔음을 알았다는 쟤현. 신발장에 발 뻗고 현관 입구 쪽에 뻗어있는 됴영 데려다 눕혀준 것도 쟤현.
됴영 평범한 소시민이라 그런 고가의 술집도 로봇도 겪어본적 없어서 신기함. 와 미안한데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거 처음이에요. 한 번만 만져봐도 돼요? 하는 거에 그러라고 하니까 일어나서 쟤현한테 다가가는데 쟤현 기존에 등록되어 있는 데이터 때문에 됴영 가까이 오자마자 손목 잡아서 제 허벅지에 앉혀버리는 바람에 순간 어색한 기운 감돔.. 근데 됴영만 어색하고 쟤현은 모르겠지..
... 꼭 이렇게 만져봐야 하나요...
어색하게 묻는데 쟤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됴영 올려다보면서 됴영씨 원하는대로 하세요, 다 받아줄 수 있어요. 같은 멘트 치는 거에 됴영 한숨 쉼.
하.. 저기... 그 리셋하고 새로 입력하는 그런 거 없나요.
리셋하면 너무 복잡할 거고 센터도 가야해요. 대신 제가 학습 능력이 있으니까 됴영씨가 알려주는대로 잘 배울게요.
보조개 콕 박혀서 웃는 얼굴로 그리 말하는 거에 됴영 맘 약해져서 알겠다 하고 그렇게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채로 볼 콕콕 눌러보는데 사람피부랑 똑같은 느낌에 신기해하는 됴영. 그러면서도 완전 짱이네요. 내 피부보다 더 좋은 거 같애 하고 감탄하는 거에 가만히 있던 쟤현, 됴영이 그랬던 것처럼 검지로 됴영 말랑 볼살 콕콕 찔러보더니 "됴영씨 피부가 더 좋은데요." 하는 거에 됴영 괜히 요상해져서 첫번째 학습이랍시고 쓸데없이 너무 많이 칭찬 하지 않기 같은 거 가르침. 그거에도 쟤현은 웃으면서 "쓸데없는 칭찬이 아니에요, 그냥 있는 사실을 말한 거지. 기분이 별로였나요?" 하니까 아니라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렇다고 팔짝 뛰는 됴영에 쟤현 "그럼 앞으로도 있는 사실은 자주 말하기." 하면서 첫번째 학습부터 말려들겠지.. 살면서 한 번도 로봇이랑 같이 살 생각을 해본 적도없고 그냥 별 다른 일상생활에서 로봇 구매해서 살려면 돈도 만만찮아서 주변에 로봇이랑 같이 사는 사람도 없어가지고 뭐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됴영. 그나마 도움될만한 거 턔용 뿐인데 생각해보니까 턔용은 안쓰럽다며 남들이 내다버린 망가진 강아지 고양이 로봇들 주워서 고쳐서 키우는터라 도움이 안 될 거 같다. 그래도 남들이 버린 로봇 주워온 맥락은 같으니까(?) 혹시나 싶어서 전화해서 이거저거 물어보는데 그 과정에서 로봇 집에 소유하려면 기관에 등록 해야하고 주기적으로 AS 센터 가서 검사도 받고 그래야한다는 것도 알게 됨. 충전도 해야하는데 로봇 모델마다 충전기 있는 곳도 다르니 찾아봐야한다고 하는데 됴영이 주운 로봇이 사람이란 생각은 않고 자기 할말 실컷 하다가 아무리 로봇이어도 동물학대 하는 놈들 다 죽여야한다고 썽내다가 전화 끊는 턔용,, 전화 끊고나서도 얼떨떨해서 노트북 켜고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생각해보니까 핸드폰처럼 계속 충전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충전하려면 충전기나 그런 것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 들면서 쟤현한테 혹시 충전 어디서 해야해요? 물어보는데 쟤현은 아무래도 복잡한 유형의 인간들의 기분을 맞추면서 상대해야하는 류의 로봇이라 완전 고성능으로 자가진단도 가능해서 자기 몸이 벼락 맞아(ㅋㅋㅋ... 이상이 생겨 충전을 안해도 된다는 걸 알았지만 됴영한테 장난치려고 까먹었어요. 됴영씨가 찾아줘야해요. 해서 됴영 당황.. 로봇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쟤현 정도 생긴 로봇이 그런 거 까먹는 단순한 오류 있을 리 없다는 거 알겠지만 됴영은 로봇 초보라 알턱이 없음. 밖에서 비맞고 그랬으면 아무리 로봇이래도 어차피 기곈데 당연히 고장나겠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개진지한 눈으로 쟤현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함. 사람 주사맞듯 팔뚝같은 곳 들춰보고 괜히 얼굴 잡고 슬쩍 들어서 왠지 가능성 있지 않나.. 싶으면서 콧구멍 보다가 왠지 그림이 아닐 거 같아,, 하고 포기하고 결국 검색하는데 보통 목 뒤쪽에 있다고 그래서 마주본 상태에서 신나가지고 쟤현 끌어당겨서 보는데 자세가 어쩌다 보니까 쟤현 끌어안는 꼴 됐는데 됴영은 그런거 신경도 안 쓰고 어 찾았다 여깄네~! 하는데 쟤현은 왠지 그러고 있는 됴영이 좋아서 케이블선 꽂는 거 같당 엄청 작넹 떠드는 됴영 허리 슬그머니 끌어안고 있음. 됴영 쟤현한테 안겨있다는 거 알아도 그게 쟤현의 기분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생각않고 입력된 설정값으로 나온 행동이라 생각해서 두번째 학습! 이제부터 불필요한 스킨십은 자제하기! 하는데 쟤현 또 웃으면서 전 로봇이잖아요, 진짜 필요한 행동만 하는건데.. 불쾌하셨나요. 하는 거에 또 말리는 됴영.. 왠지 저 얼굴로 '불쾌하셨나요' 하면 뭐라 말을 못하겠는 거지. 로봇이 아니라 아주 요물을 주워왔네 같은 생각 하다가 "불쾌한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하고 두번째 학습 맘대로 밀어부치기.
똑똑한 김됴영은 이거저거 검색을 통해 알아보면서 쟤현이랑 자기가 살려면 어쨌든 쟤현을 동사무소에 등록하듯 센터 가서 새롭게 등록하고 AS 점검도 받아야 하고 그런단 걸 알게됨. 쟤현 같이 정교하게 제작된 AI 는 간단한 테스트 통해서 AS 점검은 따로 안 받아도 된다는 말에 하루는 야무지게 정쟤현 손 잡고 가자! 하고 사설업체부터 들러봄. 새롭게 등록하면 AI 보유한 것으로 재산세도 높아지고 초기 등록비용도 내야하고 그런대서 일단 어떻게 사설업체에서 조금이라도 꼼수 부릴 수 있나 하고 찾아간건데 거기서 얻은 정보라고는 폐기는 저렴하고 센터에 새로 등록은 비싼데 지속적으로 돈이 나가고 대신 자기네들한테 넘기면 오히려 두둑히 웃돈 얹어준다 하고 꼬심. 딱 봐도 쟤현이 고급 AI라 돈될 거라는 걸 알아서 AI 초보 됴영을 살살 꼬시면 넘어갈거라고 생각함. 사설업체에서 제시한 금액이 생각보다 엄청나서 됴영 헉하고 놀라긴 할듯. 금액에 놀라는 됴영 보고 쟤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됴영에게 좋은 쪽으로 선택해요, 같은 말 하는데 됴영은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봄.
근데 여기선 이렇게 양도받은 AI를 어떻게 하는데요?
누가 알려주겠음 업체 기밀이라고 당연히 안 알려주는데 우리의 김됴영에겐 인터넷이 있다.
[ AI 사설업체 양도 후 처리 ]
[ AI 사설업체 방식 ]
[ AI 중고거래 ]
잠깐 기다리라고 한 다음에 별별 검색어로 다 검색해보는데 AI를 사람처럼 대하지는 않더라도 경각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는 단체들도 당연히 있을 거고 거기서는 사설업체들의 불법행위는 물론 그와 연관된 비윤리적 행위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포스팅도 있고 그럴 거 같다. 인간과 똑같은 외형을 갖춘 AI를 비윤리적으로 대하다보면 도덕심이 무너지면서 결국엔 어쩌구저쩌구 하는 장문의 글이지만 됴영은 그런 단체에서 작성한 글에 참고용으로 있는 적나라한 사진들을 보다가 끔. 같이 지낸지 얼마 안 됐지만 돈 몇푼 받자고 아무리 AI라도 그렇게 비윤리적으로 갖다 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죄송해요 제안은 감사한데 저랑 안 맞는 거 같아요. 뒤에서 제시 금액 두세배 불러도 됴영은 쟤현 손목 끌고 가자면서 나와버림. 마음 굳힌 됴영은 그 길로 공식센터 가서 버려져있는 AI를 길에서 주웠다,까지 말하니까 무뚝뚝한 센터 직원들은 또 금액부터 알려줌. 정식등록은 얼마고 폐기금액은 얼마고. 폐기는 지금 바로 가능하구요 어쩌구 하면서. 폐기금액이 훨씬 싸니까 많은 사람들이 폐기를 선택하는데 쟤현은 또 덤덤하게 됴영 뒤에 있고 됴영은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눈에 불 켜면서 증슥등륵 흘그그든여~!!! 주먹 꽉 쥐고 이 악물고 말하겟지. 비장하게 대답하면서 장렬하게 무이자할부 가능하다는 말에 최대치로 끌어서 12개월로 끊고 눈물 꾹 참으며 AS 받아야 하는지 테스트까지 맡기는 됴영. 테스트 순식간에 통과라 AS 받을 필요 없다고 서류 작성만 하고 가라는 말에 12개월 할부는 까먹고 AS 검사 비용 굳혔다 꽁돈생겼다 히히 하는 기분으로 신난 김됴영,, 다들 몰라,, 사실 AI 쟤현 벼락 맞아서 AI로써 엄청난 결함이 생겼는데 너무나 멀쩡한 모습이라 검사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지. 서류작성 하는 거 옆에서 얌전히 지켜보는 쟤현. 처음 전원 ON 됐을 때부터 천둥번개 치는 날 버려질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어떤 사람의 소유가 된 적 없이 그냥 업체의 돈벌이 도구인 '보유 기기' 취급을 받아왔던 쟤현인데 됴영이 작성하는 서류에
소유인 성명 : 김됴영
등록 AI 성명 : 정쟤현
등록일자 : 20**. 04. 15.
나란히 써있는 거 보고 갑자기 마음이 울렁이고 눈가가 따끔거리는 기분이 들듯. 그거에 쟤현은 자기에게 생긴 치명적인 결함이 그냥 충전 안 해도 되는 결함 말고 또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됨. 서류 물끄러미 보고 있는 쟤현이 보고 됴영이 씩 웃으면서 "뭔가 좀 떨린다 그치" 얼토당토 없는 질문 하는데 쟤현은 고개 끄덕임. 그럴리 없는 게 정상인데 웃기게도 떨린다는 게 뭔지 알 거 같아서. 어떠한 감정을 털어놓고 동의를 구하는 것처럼 묻는 인간들에게 적당한 맞장구로 반응 보이면 인간들은 대체로 지들이 묻고도 "로봇주제에 니가 뭘 아냐" 라는 식으로 묻는게 대부분인데 쟤현의 반응에 됴영은 그렇게 타박하지도 않음. 나 이런 거 첨써봐서 너무 떨려 하고 씩 웃는데 쟤현은 그렇게 웃는 됴영의 모습을 난생 처음 어떠한 명령어 입력없이 자발적으로 데이터화 시켜서 자기 메모리에 입력해둘 것 같다. 잊고 싶지 않고 영원히 새겨두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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