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2.
또 모델 재도 보고 싶다.. 됴영이는 오랫동안 모델 일 해와서 이제 좀 은퇴하고 싶은데 에이전시 초기 설립 멤버라 절대 안 놔줌. 근데 패션계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 에이전시에서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브랜드에서 좀 어린 모델을 선호하고 그럼.
원래 더 잘나가던 모델이던 쟌이가 에이전시 사장이어서 됴영이 모델일 못 그만두게 하려고 붙잡고 있는데 됴영은 점점 런웨이에 설 수 있는 일도 줄고 해서 약간 회심의 미소임. 형이 아무리 용써봐라 하고. 결국 어떤 패션위크 때 통채로 스케줄 비우게 되면서 됴영은 이제 진짜 은퇴할 수 있겠다 싶어 섣불리 장기 여행 계획 짜려는데 쟌이는 휴가 간다는 됴영 말에 콧방귀 낌.
너 다음주 월요일부터 에이전시로 풀로 출근해야하는데 뭔 휴가?
...? 내가 에이전시로 왜.?.. 나 뭐 이제 일거리 없으니까 형 비서 이런 거 해?
미안. 너 잔소리 많아서 비서는 좀.
? 나도 안 할거거든?
좀 신경질적인 됴영 앞으로 웃으면서 서류봉투 하나 건네는데 거기에 간략한 프로필 포함 포트폴리오 있는데 보잘것이 없는 애기들 화보 사진 같은 거 있어서 뭐야? 하고 눈살 찌푸리다 프로필 보는데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프로포션에 얼굴 훤칠해서 좀 누그러짐.
근데 얘 뭐?
이턔용이 자기네 브랜드 메인모델로 키우고 싶대
그래서 뭐?
알면서 자꾸 빙빙 돌려?
아 일하기 싫으닌까!
너 계약 아직 남아있다?
아 그형은 옷이나 만들라고 해
요즘엔 스타 브랜드 되려면 옷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잖아 걔 너보고 모델 꿈 꾼 애라 너한테 넘기는 거야
웃기시네 시간 남는 모델 나 밖에 없어서 그런거면서
진짜야 걔가 너한테 배우고 싶대 필사적으로.
... 뭐부터 가르쳐야 하는데
서있는 자세부터 싹 다 뜯어고쳐
신인 모델이라고 있는 애는 금발 날티 머리하고 모델 프로필 사진이랑 안 어울리게 보조개 폭 들어간 웃음 짓고 있는 정쟤현. 됴영 그래도 나름 수업해야 하니까 이것저것 준비해서 갔는데 첫 만남에 이렇게 빵실 웃으면서 잔뜩 설레있는 쟤현 보고 1.무지 잘 생겼네 2.모델 말고 연예인하지 3.그만 웃지.. 같은 생각할듯. 원래 양성하는 모델들 수업반은 따로 있어서 거기서 수업 듣는데 쟤현은 턔용이 발등 불 떨어졌다고 쟤 다음 시즌까지 기필코 런웨이 세워야 한다고 신신당부 해서 됴영이랑 1:1 스파르타 훈련하게 된 것. 턔용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아는 됴영은 쟤현이랑 짤막하게 인사하고 전반적인 체형 같은 거 체크하면서
“근데 턔용이형 쇼에 서려면 까맣게 해야해요, 머리.”
“아.. 금발한지 얼마 안 됐는데...”
“그니까. 근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고. 금발 트레이드마크 만들거면 턔용이형 설득해봐요. 그 형 고집 꺾기가 장난 아닐테지만..”
“선생님은 어떤데요? 금발?”
“음 난 비추. 이제 동양인 모델 금발 트레이드 좀 식상해.”
이런 얘기가 둘의 첫 대화. 그렇다고 바로 다음날 흑발로 뒤집어 나타나진 않을듯. 몇달은 울궈먹어야지 싶고. 첫 날은 체지방 근육량 체크 하고 식단 조절 하고 필요한 운동 체크하고 대충 수업 시간표 짜는 정도로 끝나는데 너무 반짝이는 눈으로 보는 쟤현 때문에 됴영 좀 부담스럽긴 함. 둘째날부터 수업하는데 처음에는 일단 좀 대충 생활패턴이라든지 식사패턴이라든지 그런 것도 알아야 하고 나름 현역 모델로만 활동해서 아래 제자를 둔다거나 학생을 둔 적도 업던 됴영이라 약간의 사명감과 뿌듯함으로 수업 들어가기 전에 대화 좀 할듯. 그냥 대단한 건 아니고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오디션 보고 지원한건지 모델로써 목표가 있는지 그런 거 물어보는데 쟤현 스트레이트 돌직구로 됴영 좀 당황시켰으면 좋겠다.
쟤현씨는,
편하게 불러주세요 선생님.
아.. 그래 뭐. 그럼 쟤현이는 왜 모델일 하게 됐어?
저 선생님 때문에요.
... 엉? 나?
뭐 아는 선배 부탁으로 패위 때 잠깐 왔다가 런웨이 선 됴영을 보고 한 눈에 반했는데 그동안 계속 쟤현 패션계로 끌어들이고 싶어서 안달난 지인들이 그 타이밍 안 놓치고 끌어들이는 것에 쟤현 자기가 그쪽 일 하면 됴영이랑 만날 수 있는 거겠지..? 싶어 홀랑 넘어간 것. 그 뒤로 운이 좀 좋아서 턔용한테 발견당하고 뭐 여차저차해서 쟤현 생각보다 더 빠르게 됴영이랑 인맥 닿게 된 거면 좋겠다. 귀끝 빨개져가지고 수줍어하면서도 표정으로 좋아죽겠다는 보조개 미소 안 가리고 그런 말 조근조근 다 하는 것에 됴영도 괜히 부끄러워죽겠음. 쟌이가 그런 말 하길래 그냥 모델판에서 좀 올라가고 싶은 애들의 입바른 소리겠거니 했는데 이 친구는 계획이 있었네?.. 상당히 구체적이고 세세해서 어쩐지 좀 잘못 걸렸다 싶은 느낌인데 그 불타는 고백과 눈빛 애써 모른 척 하면서 큼큼; 아무튼 잘 알았고; 일단 어느 정돈지는 알아야 하니까.. 하면서 쟤현 워킹 시켜보는데 쟤현 워킹하는 거 보고 다른 의미로 잘못 걸렸다 싶어짐.
그렇게 걸었는데 아무도 지적을 안 해줬다고..?
아뇨 티와쌤만...
하 이턔용...
턔용이 개인 브랜드 론칭한 디자이너면 좋겠는데 완벽주의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게 좀 있음.. 너무 좋잖아요 현역모델 은퇴 후 모델 에이전시 차린 쟌이와 본인의 완벽한 기준에 부합한 브랜드 가진 디자이너 턔용,, (근데 왠지 개말라 패피들만 입을 수 있을 거 같음...) 턔용 자기 쇼 한번 준비하면 진짜 하나하나 자기 손 다 거쳐서 완벽하게 굴 거 같음... 그래도 서있는 자세나 그런 건 나쁘지 않고 기본 프로포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일단 워킹에 집중하자는 됴영. 먼저 시범으로 됴영이 걷고 그거 쟤현이 걸어오는 거 보면서 자세 바꿔주고 잘 이해 못하면 같이 나란히 거울 보고 걸으면서 무슨 차이인지 알겠냐고 알려주는데 거울 보는 쟤현이 자꾸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에 됴영 약간 욱함.
너 자꾸 집중 안 할래?
아.. 아뇨 죄송해요.. 근데 너무 좋아서..
다 틀려놓구 뭐가 좋아?
아니.. 선생님 때문에 모델 하겠다고 한건데 이렇게 선생님이랑 나란히 걸으니까...
그 말하면서도 눈 못 마주치고 자꾸 입술 깨물고 귀 빨개져서는 여기봤다 저기봤다 하는 쟤현 때문에 됴영도 괜히 기분 말랑말랑 해짐.
머! 머가 좋다구.. 집중해! 너 이거 집중 안 하면 절대 못 고친다? 워킹도 습관이랑 똑같아서 너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길들여지면 고치기 엄청 힘든거야. 그 걸음으로 런웨이 섰다간 망신당하고 턔용이형한테 나도 깨진다구. 그니까.. 집중해..
넵! 고칠게요. 선생님 혼나면 안 되니까. 걱정 안 하셔두 돼요.
씩 웃으면서 그런 말 하는 거에 됴영 심장 두근두근.. 안니.. 모델이 너무 잘 생겼다구요.. 요즘엔 뭐 모델에서 나중에 배우로 전향하는 케이스 많다지만 이 친구는 너무 얼굴이 배우 아니냐구요... 눈 찡긋하면서 다시 할까요 하는 재현 때문에 심장 쿵쿵대는데 아닌 척 하면서 다시 집중...
쟤현은 기본적으로 학습능력 너무 좋은 것도 있지만 다른 거 다 떠나서 일단 자기 때문에 됴영이 욕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기를 쓰고 열심히 해서 금방 안 좋은 습관들도 고치고 그랬으면 좋겠다. 전날 지적하면 다음날 고치려고 해서 지적 받는 횟수 줄어들고 그 다음날은 거의 완벽하게 고쳐진 거 보면서 됴영은 이래서 제자를 키우는 구나 캬 선생할맛 난다 싶을듯. 중간중간 체크하러 온 쟌이는 처음이랑 완전 달라진 쟤현 보면서 김됴영 모델 일보다 선생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거 아냐? 그러는데 됴영은 또 아무나 이게 되는 줄 알어? 울 쟤현니니까 되는 거얌. 같은 소리 해서 쟤현이 귀 또 빨개지고. 그쯤되니 에이전시에 쟤현이 김됴영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도 없을듯. 쟌이는 보고 쟤 김됴영한테 완전 빠졌네 싶겠고. 근데 쟌이는 쟤현이가 됴영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흥미로워하고 김됴영 현역 모델 뛰는 동안 맨날 식단 조절에 잠 부족하고 그래서 예민해진 탓에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어쩌다 자기가 맘에 든 사람이 있어도 이미 연인 있거나 그래서 시도도 않고 포기하고 하던 것에 이제 김됴영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도 좀 하고 알콩달콩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음. 그래서 쟤현이 됴영이한테 눈 멀어서 쫓아다니는 거 보고 좀 도와주고 싶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 두 사람 가만 보니까 진짜 열정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네? 맨날 에이전시 안에 틀어박혀서 수업 외에 다른 건 하지도 않는 거 같아서 쟌이가 기회를 만들어줌. 적당한 핑계 없었는데 관찰해보니까 쟤현이 에이전시 들어올 때마다 자신의 애착 아이템 줄기차게 사용하고 옷도 맨날 블랙블랙블랙을 벗어나지 않는 것에 됴영이랑 쟤현을 호출함. 괜히 그런 거 관여도 안 하는 턔용 들먹이면서 자기 카드 내주면서 쟤현이 일종의 메이크오버 좀 시켜주라고 함. 됴영의 입장에서는 이턔용 지금 컬렉션 준비한다고 바빠서 정신 하나도 없을텐데 일개 메인 모델의 사적인 스타일링까지 관여한다고? 싶어 서쟌이 뭔 개수작부려? 하는 느낌으로 눈 가늘게 뜨는데 쟌이 천연덕 스럽게
재현이 패위 때 사진찍히고 그럴텐데 온통 시커멓고 패위 기간 내내 같은 아이템 착용하는 걸로 인스타 도배되면 김됴영 선생님 좋겠어?
하는 말에 김됴영 그냥 또 속아넘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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